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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7일

[WAFFLE] 初めての彼女 심층 리뷰



** 이 리뷰는 와플 신작을 클리어한 사람들을 위하여 작성된 불친절한 글임을 밝힌다.

** 더불어 게임과 관련된 치명적인 스포일러에 주의하시길


[190426] [Waffle] 初めての彼女
[190426] [와플] 처음의 그녀



1. 성우 마노메루카 (まのめるか) 소개
[ 주요 출연작 ]

모녀란관 (2012) - 유키노 역

짐승들이 사는 집에서 (2014) - 코하루 역

PRETTYxCATION 2 (2015) - 스즈카 역 (* 누키계 작품이 아닌 게임의 경우 다른 예명을 사용)


우선 와플 신작의 히로인 "유키미야 아키노" 역을 맡아

홀로 40여개의 H씬을 소화해 낸 성우 썰부터 풀어 나가보도록 하자.


이번 와플 신작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유키미아 아키노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려낸

성우 "마노메루카(* 시로츠키 카나메)"의 캐릭터 연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어떨땐 나긋하게 어떨땐 수줍게, 때로는 요염하게...

순애 - 반타락 - 타락으로 이어지는 아키노의 변화 과정을

목소리 톤 만으로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을 정도였다.

히로인의 분노와 슬픔의 감정 표현도 BGM과 잘 어우러졌다고 본다.


그리고 이 작품은 텍스트 창에 쓰여있지도 않는 대사를

히로인 성우가 애드리브로 날리는 경우가 종종 있어 특이했다.


항상 성실하게 살아야 한다고 닥달하는 어머니에게 들리지 않도록 나지막히

' 그렇게하다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버린 주제에... '라고 독백하거나

크리스마스 날에 돼지 사장놈이 자신을 호출하는 문자 메세지를 보고

' 역시, 재수 없어...'라며 히로인은 대본에도 없는 본심의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2. 비[雨]와 눈[雪]

눈아 내려다오

어린 아이보다 못한 울보의 오열을 부디 묻어다오

비는 싫어

그 고동을 듣고 있노라면 밤새도록 울어 버리고 만다


비와 눈은 "처음의 그녀"의 핵심이 되는 소재인데

결론부터 말하면 이 둘은 각각 히로인 아키노를 형상화 하고 있다.


비[雨]는 아직 미성숙한 상태로 남아있는 아키노 자신이다.

추적추적 구슬프게 내리는 빗방울은

냉혹한 현실에 상처받고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그녀의 눈물.

때문에 아키노는 비가 싫었다. 자기자신이 정말 싫었다.



빗방울 소리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 주는 자장가

굉장히 따뜻한 냄새가 난다

가슴 한켠이 따끔따끔 저려온다


이야기 후반부, 아이러니하게 비를 그토록 싫어하던

그녀가 비를 그리워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 때마다 어김없이

사랑하는 주인공이 다가와 울보인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에는 따뜻한 냄새가 베어버리고 말았다. 상냥한 그의 냄새가...


" 아아~ 비... 내리지 않으려나... "



눈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하늘로부터의 선물

눈은 세상의 온갖 잡음들을 들이마셔 버린다

세계가 죽어버린 듯한 깊은 정적

새하얀 눈의 장례식 날

고요함에 파묻힌 나는

눈을 감은채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였다


눈[雪]은 그녀가 바라고 있는 이상향에 가까운 모습이다.

비와 달리 적막한 눈은 세상의 모든 슬픔과 고통을 하얗게 빨아들이기에

눈의 세계에서 그녀는 더이상 눈물을 흘릴 이유도

현실의 고민을 떠안고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12월 8일 생일을 맞이한 그녀는 한 남자의 손에 이끌려

한심한 울보였던 나약한 자신을 눈에 묻어 버리고

진정한 "유키미야(雪宮) 아키노"로 다시 태어났다.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몹시 소중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만 같아서 가슴이 아려왔다.


한순간의 절정과 같이 짧았던 겨울이 지나고 봄이 찾아오자

새하얗던 눈의 세계는 동화속 세상처럼 거짓말 같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눈이 녹아내린 빈 자리에는 하염없는 공허함만이 남아있었다.





3. 풍속점 아네모네

당신을 영원히 사랑합니다

늘 제 곁에 있어줘서 고맙습니다

당신이 돌아오는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록 당신이 저를 혐오하게 되더라도 당신만을 사랑할 거에요


기다림, 영원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덧없는 사랑 등등...

이 모든게 아네모네의 꽃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많은 꽃말과 구슬픈 사연을 가지고있는 꽃 아네모네.


풍속점 아네모네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가진

주인공과 히로인 사이에서 피어오른 사랑은

아네모네의 꽃말처럼 덧없고 슬펐다.


더군다나 등장인물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런 정석적인 해피엔딩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에

클리어 이후에 남는 찜찜함은 장난이 아니었다.


제작사 놈들이 양심이 있다면

부디 IF의 해피 엔딩이 포함된

DLC 하나 정도는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





4. 카페 노엘

분명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뽐내고있는 인테리어인데

마치 TV 프로그램 촬영을 위하여 급조된 세트장처럼 보였다

창으로부터 석양이 흘러들어와 얉은 마룻바닥과 벽에 황홀한 색을 덧칠한다

황혼 녘이 아니라면 볼 수 없는 드라마틱한 연출

왠지 이런 분위기조차 교묘한 술수로 거듭 계산해 놓았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어느샌가 나는 모조품들로 꾸며져있는 이 가게에 이끌리고 있었다


노엘(Noël)은 크리스마스를 뜻하는 프랑스어이다.

크리스마스, 즉 성탄절(聖誕節)은 원래 예수의 탄생을 축복하는 성스러운 날.


하지만 오늘날의 성탄절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이날 수많은 커플들은 연인과 손을 잡고 러브호텔을 방문하는 등

숙박업 및 섹스산업은 그야말로 대성황을 이루게 된다.



카페 노엘은 이와 같은 현실세계의 냉소적인 이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노엘이란 가게 이름처럼 마땅히 축복의 장소로 내정되어야 할 커피숍의 뒤편에선

성과 관련된 어른들의 유흥거리를 알선, 소개하는 추악한 짓거리가 이어지고 있다.


아키노는 12월 8일 생일날 어른들의 검은손에 이끌려

과거의 자신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게 된다.

백탁의 성수가 흩뿌려지는 검은 성탄절 날

그녀의 탄생일을 축복해주는 어른들에 둘러싸여

아키노 또한 다른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때묻은 어른이 되고야 말았다.





5. 자본주의 사회와 어른

작중 카페 노엘의 점장은 거짓된 가면을 쓴 채 인생이라는 무대위에서

멋진 연기를 펼치는 겉과 속이 전혀 다른

어른의 표본(*소위 말하는 선수, 꾼)으로 그려진다.


A급 배우인 그는 언제나 최상의 분위기를 연출하여

자신의 연기에 빠져든 수많은 소녀들을 푹신한 침대 위로 이끌었고

때묻지 않은 천사들을 있는 힘껏 품으며 뜨거운 하룻밤을 만끽한다.



하지만 거기까지. 클라이막스가 끝나고 무대의 막이 내려가면

우리가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냐는 식으로 철저하게 선을 긋는다.


이 남자에게 있어서 사랑과 섹스는 얼마든지 돈으로 환산 가능한 재미있는 어른의 놀이,

정률적인 시간 안에서 계산적으로 이루어지는 유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바라보는 성(性)은 일종의 소모품, 껌과 같아서

잘근 잘근 씹다가 단물이 다 빠지고 나면 새로운 껌으로 갈아타면 그만인 거다.



어린 소녀의 순정을 품고 점장에게 마음을 빼앗기고만 히로인은

그렇게 어른들의 장난감으로 철저히 이용당하고 소비되다

결국 차가운 길바닥에 착하고 붙어버린 껌딱지가 되고 만다.


▲ 진열장에 전시된 다양한 종류의 고가의 보석들을 서로 다른 시각에서 살펴보고 있는 히로인과 주인공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는 메세지는 매우 심플하다.


" 당신의 가치관 속의 사랑, 히로인에게 품고있는 애정은

아이와 같이 여전히 순수한가?

아니면 다른 어른들처럼 이해타산적으로 변질되어 버렸나? "


티켓을 끊고 다양한 대중매체를 접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현 물질만능주의 문화를 영위하는 인간들은 별다른 생각없이 당연하다는 듯 기계적으로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의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을 구매하고 소비하며 여기에 만족감을 느낀다.

만 원 내외의 색종이부터 수백을 호가하는 고가의 상품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당신도 호감을 느낀 특정 캐릭터와 관련된 상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축하한다.

시나리오라이터의 입을 빌리자면 당신 또한 자본주의 사회에 매우 부합하는

어른의 사랑 혹은 현실세계의 유희를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 것이니까.